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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켓은 무엇입니까?”
스파크랩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지원한 기업에게 비즈니스 모델과 타깃은 어디로 정했는지 물어보곤 한다. 스파크랩은 초기투자사이고, 특정 섹터(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선발하다 보니 시장 성장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껏 우리에게 약 3,600곳의 기업이 문을 두드렸고, 그 중 투자하기로 결정한 회사들의 공통점은 성장성이 있는 마켓에 있는 기업,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를 빠르게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업, 글로벌 마켓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이 세 가지였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군대 복무 기간 동안 주식으로 창업 자금을 마련해 미군 부대 근처에 요식업 매장을 냈고, 첫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어낸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주식을 통해 세상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를 갖고 있는 회사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가치 있는 회사를 직접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새 사업을 시작하기 전, 여섯 가지 프레임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카테고리를 고민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하나씩 대입해 보니 그중 ‘명품’이라는 아이템이 남아있었다고 했다.
그 당시 그는 주식의 큰 이득과 첫 사업 성공으로 창업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2억의 창업 자본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후 완벽한 사업 모델과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고객에게 선보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은 채 영업과 개발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창업 2년 만에 자본금이 100만원 밖에 남지 않았을 때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겠다’는 생각으로 한 달 만에 사이트를 오픈했다. 이후 첫 달에만 4,000만원 매출이 발생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를 받을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부티크! 명품 브랜드는 직영 오프라인 매장, 혹은 직영 온라인숍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유럽 편집숍인 부티크들을 통해 제품을 유통하는데, 이 부티크들이 300조 명품 시장을 60% 이상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지난 1년간 직접 유럽에 방문하며 100여 개의 부티크 계약을 해냈다고 말했다. 나는 명품의 세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한국 백화점에 입점 된 브랜드는 직접 명품 브랜드와 계약하여 상품을 사입하고 백화점 MD가 주 타깃인 연령대가 높은 고객층에 맞춰 물건을 소싱하고 있다는 점과 모든 재고를 백화점 쪽에서 부담한다는 점을 알았다. 반면 발란은 명품 시장을 장악한 유럽 현지의 부티크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보다 다양한 아이템들과 명품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점, 그리고 재고를 부담하지 않는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했다는 점에 기회가 있다고 보았다.
스파크랩 프로그램에 참여한 발란은 플랫폼의 수요 창출에 집중했다. 유럽 현지를 돌며 계약한 200여 개의 부티크 상품을 정제하여 고객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분기별 목표를 설정한 후 달성하는 실행력을 보고 이 사업에 대한 최형록 대표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이미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병행 채널이 생겨나는 시기라 차별점이 무엇일까 생각을 했었지만, 발란은 후발주자로서 명품 커머스 시장 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명품 브랜드와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시장을 이끌었다.
한국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프랑스 파리 감성의 브랜드, 명품 브랜드라고 할지라도 압구정, 청담 부티크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명품 제품들을 발란 플랫폼에서 볼 수 있었다. 최대표는 너무 잘해 나가고 있었지만 병행수입 기업이 스타트업 비즈니스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었고 벤처 베이스의 사업인지 잘 모르겠다는 주변 생각들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나는 최대표가 직접 유럽으로 날아가 부티크와 딜을 한 것, 커머스 사업이 처음이지만 끝까지 실무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하는 모습, 성장성 있는 마켓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고 일반 VC의 후속 투자의 연결을 도와주었다.
(스파크랩 10기 데모데이 발표 中) “저희는 유럽 부티크들과의 계약을 위해 지난 2년간 열심히 뛰어다녔습니다. 그 결과 200개의 부티크와의 계약 체결에 성공하였고, 무려 60만명의 고객이 발란을 방문, 3개월 만에 18억 원이라는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부티크들은 발란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매출 증대와 함께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21세기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실크로드를 개척하겠습니다.”
명품 시장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한 번도 없이 매년 10% 성장했다. 코로나19 영향에도 2021년 한국 명품시장은 16조 규모로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이는 전세계 7위 수준이다. 발란은 2021년 월 거래액 약 800억, 월간 사용자 수는 630만명 정도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앞으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친밀한 커머스 강국의 시대가 될 것이다. 발란은 명품 부티크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부티크의 재고를 파악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명품 시장을 대표하는 명품 커머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발란을 기대해 본다.
Written by Eugene Kim, Co-Founder at SparkLabs
조선일보 <쫌아는기자들> 기사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