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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업 아이템은 대체 어떻게 찾으신 거예요?”
창업자들이 숱하게 듣는 질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사업 아이템’이라는 것은 갯벌 속 진주처럼 열심히 찾아 헤매다 갑자기 반짝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을 살면서, 일을 하면서 반복해서 겪는 작은 거슬림, 불편함, 큰 골치 아픔이 쌓이다가, ‘차라리 내가 직접 해결하고 말지’의 포인트에 이르렀을 때 만들어진다.
여행·액티비티 플랫폼 스타트업 엑스크루 역시 그렇게 시작됐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디지털 마케팅 대행 에이전시를 운영하던 곽상준 대표가 고객사에 대한 더 깊은 이해도를 위해 캠핑에 입문하려 했을 때 마주했던 높은 장벽이 계기였다. 캠핑을 시작하려면 어떤 장비를 어디에서 사야 하는지, 각 장비들의 정확한 사용 방법은 무엇인지, 입문자에게 가장 적합한 캠핑장은 어디인지 등 필요한 정보와 노하우는 많았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경로는 온라인에도, 오프라인에도 없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며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거나 복잡한 ‘등업’ 과정을 거치며 카페에 가입해서 또 다시 정보 속에 파묻히는 과정을 반복하다, 곽 대표에게도 역시 ‘내가 해결하고 말지’의 포인트가 찾아왔다.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캠핑 뿐만이 아니었다. 입문자들에게는 대부분의 액티비티가 그랬다. 곽 대표는 곧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했고 2020년 11월, 여행과 액티비티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 엑스크루를 론칭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도 명확했지만 시기도 맞아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아웃도어, 액티비티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2021년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만난 곽 대표를 스파크랩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투자를 진행했다.
엑스크루는 MZ세대 1인 가구, 직장인을 대상으로 퇴근 후 특별한 액티비티 참여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모든 경험은 다양한 액티비티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검증된 ‘크루장’과 나이, 성별, 지역과 관계없이 액티비티에 참여할 ‘크루원’으로 구성된다. 러닝, 캠핑, 테니스, 등산, 서핑 등 다양한 액티비티와 원하는 크루를 선택해 결제만 하면 준비는 끝이다. ‘한강 걷뛰런’, ‘바베큐 파티와 서핑MT’, ‘올여름 나만을 위한 도전, 윈드서핑’ 등 퇴근 후, 주말 등 여가 시간을 활용해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2030 직장인들을 위한 액티비티들이 가득하다. 원하는 날 원하는 장소에서 즐겁게 액티비티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회식이나 ‘뒷풀이’는 없다. 각자 기분 좋게, 쿨하게 집으로 향하면 그만이다.
엑스크루는 빠르고 저렴한 테스트와 검증을 통해 속도감 있게 사업을 키우는, ‘린스타트업’의 전형을 보여준다. 스파크랩 프로그램 참여 기간 동안 우리는 엑스크루의 ‘진짜 고객’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무작정 액티비티의 종류를 늘리기 보다는 가장 빠르게 스케일업할 수 있는 러닝에 집중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러닝 클래스’, ‘러닝 강습’, ‘퇴근 후 한강 러닝’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참여 고객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엑스크루의 얼리벤젤리스트(새로운 상품, 서비스에 대한 통찰력을 갖고 이를 기꺼이 구입해주는 고객) 100여 명을 찾아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한 피드백 반영, 테스트의 과정을 빠르게 반복하며 엑스크루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러닝 종목을 검증했고, 그 결과 전년도 한 해 동안 43종의 액티비티로 달성했던 월 구매 이용자 수를 러닝 한 종목으로 3개월 만에 따라잡는 놀라운 성과를 도출해냈다. 엑스크루는 현재도 모든 종목을 이렇게 각각의 PMF(Product-Market-Fit) 검증 과정을 통해 늘려나가고 있다.
엑스크루는 2022년 스파크랩을 통해 시드 투자를 유치한 이후 같은 해 교원과 홈앤쇼핑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올해 김기사랩과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연이어 유치했다. 지난 3년간 서울에 집중해 왔던 서비스 지역도 인천, 수원 광교, 성남 판교, 고양 일산 등 수도권 특정 거점지들로 확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내년 초에는 일본 도쿄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 엑스크루의 계획은 점차 국내 주요 도시로 확장하며 국내 1위 액티비티 플랫폼으로 성장한 후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창업자들에게 늘 그때는 늦는다고 말한다. 엑스크루는 벌써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엑스크루의 해외 진출 전략은 ‘부루마블’ 게임처럼 국가가 아닌, 여행자와 액티비티 매니아들이 몰리는 주요 도시에 집중한다. 엑스크루 서울, 엑스크루 도쿄, 엑스크루 뉴욕, 엑스크루 시드니 등 OECD 38개 가입 국가의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엑스크루의 글로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내국인과 국내 거주 외국인, 여행자 등이 모두 모여 함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서울 한 곳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가진 계획이라기엔 너무 거창하지 않느냐 묻는 이들에겐 염려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에어비앤비와 스타벅스도, 모두 한 도시에서 태어나 뻗어 나갔다. 숱한 PMF 검증 과정으로 단련된 엑스크루는 이미 준비를 마쳤다. 이들이 다음 도시에서 선보일, 가슴 뛰는 액티비티들이 기다려진다.
Written by Eugene Kim, Co-founder at SparkL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