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탭랩스] 와탭랩스, 두 번 찾아와도 또 투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와탭랩스 이동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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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다 아는 용어지만 사기캐, 즉 사기 캐릭터란 게임에서 밸런스까지 무너뜨릴 정도로 압도적인, 다 갖춘 캐릭터를 말한다. 스파크랩 포트폴리오 중에도 유독 사기캐스러운 창업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투자자들이 식상할 정도로 많이 하는 말인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이야기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어떤 아이템으로 다시 찾아와도 또 투자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창업자들인 것이다.


스파크랩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다. 액셀러레이터는 일반 VC들보다 더 앞 단계에서, 이제 막 태어난 스타트업에게 가장 리스크 높은 투자를 한다. 그리고 이렇다 할 KPI가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창업자다. 이동인 대표는 우리가 두 번의 창업에 연달아 투자했던 특별한 이들 중 한명이다.


첫 번째 만남: 메모지(MemoZy)


2013년 스파크랩 2기에 선발됐던 이동인 대표의 첫 번째 창업 아이템은 생각을 디자인하고, 기록하고, 그 기록을 쉽게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는 메모 앱인 ‘메모지(MemoZy)’였다. 다양한 메모들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화면 위에서 카테고리의 위치를 간단한 모션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고, 기록한 내용은 클라우드에도 연동돼 안전하게 보관됐다. 당시 12개국 앱스토어의 생산성 분야에서 1위, 37개국에서는 상위 5위에 들만큼 인기가 좋았다. 추후 성장성의 문제로 이 사업은 접어야 했지만, 메모지를 개발, 운영했던 경험은 다음 창업인 ‘와탭랩스(WhaTap Labs)’의 주춧돌이 되었다.


두 번째 만남: 와탭랩스(WhaTap Labs)


이동인 대표와 그의 팀이 메모지 앱을 운영하는 동안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바로 앱의 퍼포먼스를 측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었다. 모든 것이 모바일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었지만 모바일 앱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서비스는 없었다. 그런 서비스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하고 다시 우리를 찾아온 이동인 대표를 만나 곧바로 재투자를 결심하고, 스파크랩 5기 회사로 선정했다. 


이동인 대표가 두 번째로 창업한 와탭랩스는 클라우드 기반 IT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이다. 2015년에 시장에 선보인 와탭의 모니터링 서비스는 기업 서버, 애플리케이션, 컨테이너의 상태와 성능 데이터를 초 단위로 수집하고 분석해 장애를 감시하고 알림 기능을 제공한다. 서비스 담당자는 웹과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여러 성능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출시 이후 매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와탭랩스의 고객사는 롯데그룹,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의 대기업부터 질병관리청, 우정사업정보센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국가 산하 단체까지 천 여 곳이 넘는다.


연쇄 투자를 이끄는 연쇄 창업자의 조건


중요한 것은 와탭랩스에 대한 투자가 아이디어만 있고 서비스는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성과는 커녕 제품도 없는 팀에 자신있게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사람”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인 대표가 왜 어떤 아이템으로 다시 창업을 해도 계속해서 투자할 수밖에 없는 사기캐인지에 대하여, 이 애매한 이야기를 자세히 정리해 보겠다. (이 글을 읽는 이동인 대표는 좀 부끄러울 수 있을 것 같다.)


1)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가


성공적인 창업자들에게서 보이는 가장 큰 능력일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그 거시적인 트렌드를 보는 능력이다. 이동인 대표는 아이폰의 출시 이후 모바일 세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며 사람들의 기록이 종이에서 메모로 옮겨가는 트렌드를 보고 메모지 앱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 앱을 운영하며 앱 성능 측정이 모바일 최적화, 클라우드화 되어야 한다는 것을 예측해 와탭을 출시했다. 클라우드 시장, 컴퓨팅 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태동하는 적기에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그리고는 유독 B2B 소프트웨어 사업에 척박한 한국의 시장에서 창업 5년만에 IT 모니터링 서비스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 나가는 창업자들에게는 이들의 비전을 이해하고 죽이 잘 맞는 투자자가 필요하다. 특히 와탭랩스가 태어난 2015년은 아직 SaaS 기업에 대한 투자가 낯설었던 때였기에 더 그랬다. 투자 후 5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부분에 대한 업계의 이해도도 비교적 낮았다. 스파크랩은 이미 2기 때 이동인 대표를 만나 쭉 지켜봐왔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고, 특히 내가 B2B 엔터프라이즈 IT 사업인 데이터센터와 호스팅사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어 말 그대로 죽이 잘 맞았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개발이나 B2B 소프트웨어 영업에 대한 인사이트 등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며 성장을 지원할 수 있었다.


2) 좋은 인재(특히 개발자)를 영입할 수 있는가


나라면 과연 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을까? 내가 투자를 결정하기 전 창업자를 만나 반드시 확인하는 부분이다. 회사의 고속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이끌어올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성공적인 창업자들에게는 흔히 카리스마로 불리는 특별한 매력이 있기 마련이고, 그 매력은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인재들을 끌어오는데 필수적이다. 창업자를 둘러싸고 있는 팀들이 얼마나 능력있고 서로 끈끈한 팀워크를 가지고 있는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팀으로서 함께 계속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부분은 창업자에게 달렸다.


이동인 대표에게는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다. 아마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이 대표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화려한 말솜씨가 아닌 진정성이 강점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개발 능력도 뛰어나지만 높은 직업윤리(work ethics)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뚝심있게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그의 옆에는 첫 사업때부터 함께했던 핵심 인재들이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목표가 한 번 생기면 놓치지 않는 이동인 대표가 와탭랩스 창업 후 1년 이상 쫓아다니며 삼고초려가 아닌  삼십고초려를 해 초기 핵심 멤버로 영입했던 인재가 있다. 바로 김성조 최고기술책임자(CTO)이다. 김성조 CTO는 국내 APM(애플리케이션 성능 모니터링)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국내 대다수 애플리케이션 모니터링 솔루션은 그가 설계한 분석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오픈소스 APM 중 널리 활용되고 있는 ‘스카우터’라는 것이 있는데 그 역시도 김성조 CTO가 처음 시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이다. 이동인 대표의 비전에 공감한 김성조 CTO의 합류로 와탭랩스는 SaaS 기반 IT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뉴렐릭, 데이터독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유일한 기업으로 성장해냈다.


3)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가


투자자들은 창업 경험을 갖춘 연쇄창업자를 좋아한다고 흔히 말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창업 경험이 취업을 위한 ‘스펙’이 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연쇄창업, 창업 경험이란 건조한 표현의 뒤에는 창업의 실패라는 엄청난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사업을 키워내는 과정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지만 그 사업을 마무리짓는 과정에서는 그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에 그 기억을 딛고 일어나 오히려 실패의 경험을 자양분으로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는 의지, 용기, 투자를 갖춘 창업자에 대한 평가가 더 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이전 사업인 메모지를 마무리하고 그 때 함께 한 핵심 멤버들을 그대로 유지해 두 번째 창업 아이템을 가지고 온 이동인 대표에게 다시 투자할 수 밖에 없었던 큰 이유다.


SaaS 모니터링 분야 입지 굳히기에 들어간 와탭랩스


전세계적으로 B2B SaaS 시장의 판이 커지며 와탭랩스도 국내 SaaS 모니터링 분야 1위 기업으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2015년 7월 국내 1호 SaaS형 기반 IT 통합 모니터링 서비스로 이 시장에 뛰어든 와탭랩스는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 성장세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으며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구축하는 기업이 늘어나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 등 1천 여 곳의 고객사가 와탭을 통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와탭랩스는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를 비롯해 신규 투자사 4곳을 포함한 총 6곳에서 12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 200’ 육성 기업으로도 선정되며 성장 역량을 인정받았다.


와탭랩스는 올해 로그, 클라우드, 브라우저, 네트워크, 모바일 등 통합모니터링 대상을 다각화해 재도약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와탭의 웹사이트에서 고객과 프리랜서 컨설턴트를 중개해 늘어나고 있는 고객의 수요을 해결하고, 고객이 와탭의 툴을 명확히 이해하고 100%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SaaS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와탭랩스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팀워크로 모니터링 서비스의 국산화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보다 더 뛰어난 솔루션을 개발해낼 것이다. 스파크랩 역시 B2B SaaS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이동인 대표와 같은 이 분야의 뛰어난 창업자들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와탭랩스가 만들어낸 SaaS 생태계가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견인하는 기반으로 자리잡을 날이 기다려진다.

 

Written by Hanjoo Lee, Co-founder of SparkLabs

 

조선일보 <쫌아는기자들> 기사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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