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그린] 셀링포인트를 '친환경'이 아니라 '편리함'으로 바꾼 이유
잇그린 이준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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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 가성비 맛집 ⑧ - 쓰레기 줄이는 생활물류 솔루션 '잇그린' < 기획특집 < 기사본문 - 물류신문

배달 음식 먹을 때 음식물 쓰레기나 분리수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혹해서 썼는데, 나도 모르게 제로웨이스트까지 실천하게 하는 회사가 있다. 스파크랩이 2021년에 투자한 회사 잇그린의 이야기다.

한국인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생활폐기물이 5년 만에 30%가량 늘어났고,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종량제 봉투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75% 급증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버려진 1회 용품은 70만 t에 달했다. 환경부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폐기물 종류별 발생 및 처리 현황을 조사한 내용을 담아 지난 4월 27일에 내놓은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서 공개된 내용이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식을 배달 시켜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1회 용기의 사용이 증가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준형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 증가에 대한 우려가 연일 터져 나오던 2020년 11월 잇그린을 창업했다. 그전까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발굴하고 활성화하는 기업에서 근무하며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구축, 폐기물 처리 컨설팅, 사탕수수, 야자수, 기름야자열매 부산물 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한 바이오 에너지 생산 등 경험의 폭 역시 넓었다.

코로나19로 국내에 발이 묶인 그의 눈에 국내 자원순환 체계의 문제점이 들어왔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재활용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과 실천이 수준이 월등히 높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각지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매립지에 모이면 분류 및 처리에 필요한 제반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태우거나 묻어버리는 것이 최선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친환경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할 거라면 애초에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 자체를 줄인다는 가장 근본적인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결론을 낸 그는 잇그린을 창업하고, 배달용 다회용기 공급 서비스인 ‘리턴잇(Returnit)’을 출시했다.

이준형 잇그린 대표. /잇그린 제공

◇ 우리의 모토와 고객들이 쓰는 이유가 다를 때

리턴잇 서비스는 편리하고 친환경적이다. 이용자는 일회용기 사용 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나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에 낭비하던 시간을 없앨 수 있다. 배달 앱에서 음식 주문 시 다회용기 이용 옵션을 선택하고, 식사 후에는 뚜껑만 닫아 가방에 그대로 담고 가방에 붙어 있는 QR코드로 반납 신청을 한 후 문 앞에 놔두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리턴잇은 가방을 수거해 음식물 쓰레기는 양질의 거름으로 변신시켜 화훼 농장으로 공급하고, 스테인리스 용기는 자체 개발한 7단계 세척 시스템을 거쳐 다시 사용한다.

잇그린은 대표자의 전문성과 사업 분야의 풍부한 경험, 풀고자 하는 명확한 문제, 역량 높은 팀까지 모두 갖춘 데다 이른바 ‘착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었다. 여기에 수익성과 높은 성장 잠재력까지 갖췄으니 투자 결정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그리고 2021년 스파크랩 18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날카롭게 다듬는데 집중했다. 
최근 2~3년간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멘토링을 내재화하고, PMF(Product-Market Fit) 전담팀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 회사에 특화된 코칭을 제공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18주 동안 PMF를 찾는데 최대한의 리소스를 집중한다. 여기에서 고객과의 심층 인터뷰는 PMF를 찾아가는 과정의 필수적인 단계다. 잇그린 역시 프로그램 참여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고객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리턴잇 서비스를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 고객, 한 번 이용 후 다시 쓰지 않고 있는 고객, 서비스 이용의 간격이 띄엄띄엄 있는 고객들로 그룹을 나눠 진행했다. 기존의 가설이 맞았음을 확인했던 순간과 헛다리를 짚고 있었구나 싶었던 순간이 공존했고,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는 마케팅 방향의 수정으로 연결됐다.

잇그린의 기존 슬로건은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와 같이 친환경 메시지를 전하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실제 리턴잇을 이용하며 ‘아하 모먼트(Aha moment: 신규 유저가 제품에서 처음으로 가치를 느낀 순간)’를 느낀 고객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메시지의 순서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환경을 위해 다회용기를 써보세요’가 아닌, ‘편하니까 써보세요, 그런데 환경에도 도움이 됩니다’가 리턴잇에는 더 맞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스파크랩 PMF 세션에서 회자되는 ‘수퍼 케이스’가 있다. 리턴잇의 서비스를 출시 초반부터 굉장히 꾸준히 이용해오고 있던 고객이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가 한 기업의 대표자이며,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및 플라스틱 용기 처리만을 담당하는 인력을 따로 채용할 정도로 해당 부분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의 눈에 띈 잇그린 서비스의 셀링 포인트는 ‘친환경’이 아닌, ‘편리함’이었다. 점심시간에 배달 음식을 먹고 뚜껑만 덮어 그대로 가방에 넣고 사무실 앞에 두면 수거를 해가니, 고객은 그간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메시지가 바뀌니 마케팅 전략도 전면 수정됐다. 초반의 마케팅은 주로 제로웨이스트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이뤄졌지만 이후에는 자취생이나 사회 초년생, 직장인 중에서도 경영지원 담당자 등을 위한 커뮤니티로 옮겨갔다. 어쩔 수 없이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야 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일회용 용기 분리수거 등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을 타겟팅했다. 이용자 수가 즉각적으로 올라가며 숫자로 효과가 나타났다.

잇그린 용기 및 서비스. /잇그린 제공

◇창업 2년 만에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큰 주목

프리-A 라운드까지 스파크랩, 임팩트스퀘어, CJ제일제당,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잇그린은 창업 후 불과 2년 반 만에 민간 기업은 물론 공기관으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 및 환경부와의 업무협약에 따른 예산 지원을 통해 잇그린의 다회용기로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발생하는 추가 비용의 부담을 없앴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 혜택도 제공한다. 친환경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고객에게 이용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로, 배달의민족을 통해 잇그린 다회용기 주문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1인당 연간 최대 7만 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는 현금 또는 카드사 포인트를 적립받는다.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줄을 잇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수원 프로야구장 KT위즈파크 식품코너에 잇그린의 다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도입됐으며, 올해 안에 수도권에 위치한 다수의 야구장에도 도입을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영화관, 도시락 대량 판매 업체, 롯데백화점, 더현대 서울 등의 백화점 델리 코너에서도 앞다퉈 리턴잇을 도입 중에 있거나 도입할 예정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잇그린의 중장기 목표는 3R(리듀스, 리유즈, 리사이클)의 확립과 이를 통한 탄소배출권 판매 매출 발생에 있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재이용하며 자원순환을 시키고,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한다. 이후 탄소배출권 발급 검증을 받고, 1~2년 내 배출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 목표다. 다회용기 대표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만큼,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국가들에도 진출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않을까? 잇그린의 성장세와 임직원들의 탄탄한 역량으로 봐서는 해외 진출 또한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Written by Eugene Kim, Co-Founder at SparkLabs
조선일보 <쫌아는기자들> 기사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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