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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이었다. 암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예방과 진단,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국제 암 억제 연합(UICC)에 의해 제정되었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월드 베스트 전문병원’의 암 분야에 한국 의료기관 3곳이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암 치료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안타깝게도 암은 40년째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를 고수 중이다.
각각 의공학, 생물학에서 백그라운드를 보유한 나와 스파크랩 이한주 공동대표는 치료에 앞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야 하며, 이 분야의 혁신 또한 스타트업이 일으켜야 한다고 믿었다. 독보적인 기술력과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이들이 스파크랩 10기 기업, 진캐스트(Genecast)다.
◇ 90분에 혈액 5ml로 암 진단...비용은 현재의 10분의 1
“혈액 한 방울(5ml)로 조기 암 진단이 가능하며, 1시간 30분 만에 기존 비용 1/10 수준에서 검진이 가능한 키트를 소개합니다.”
2017년 12월 스파크랩 데모데이 무대에서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진캐스트 백승찬 대표의 한 마디다. 진캐스트는 혈액 검사만으로 암 조기진단 뿐만 아니라 암 수술 이후 재발 가능성까지 알아내는 ctDNA 액체 생검 암 진단 전문기업으로, 스마트 효소 기반 분자 진단 원천기술, 혈액 내 순환되는 종양 마커를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채취한 혈액의 유전자 증폭 시 발생하는 백그라운드 노이즈를 제거해 액체 생검 기술의 한계점인 검출 민감도 이슈를 해결한 혁신적인 원천 기술 ‘ADPS’를 개발해냈다. 이 기술은 암 조기 진단과 고형암 미세잔존질환 검사 등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국내 암 발생률 비중이 높은 폐암, 조기 진단이 어려운 췌장암 진단 패널까지 개발하고 있다. 개개인의 유전자 조직을 빅데이터화 시켜 현재의 문제 뿐만 아니라 미래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까지 미리 예측 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바이오 시장은 스타트업으로서 진입하기 가장 어려운 시장에 속한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용되며 안정성을 갖춘 기존 제품 및 기술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진캐스트가 이 철옹성을 뚫기 위해 택한 방식이 흥미로웠다. IR 미팅 당시 우리 맞은편에 앉았던 사람은 의학박사나 이학박사가 아닌, 국내 5대 광고 대행사인 대홍기획 디렉터 출신의 백승찬 대표였다. 오랜 기간 마케팅 분야에 몸 담으며 수많은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끌어온 그는 마케팅 컨설팅 재능 기부를 통해 만난 바이오 스타트업과의 연을 계기로 마케팅 전문가 불모지에 가까운 바이오 분야에 큰 매력을 느꼈다. 본인의 마케팅 및 비즈니스 감각과 기술력을 갖춘 코파운더와의 시너지가 엄청날 것임을 직감했고, 이후 항균 바이오 스타트업 회사 대표로 이직해 본격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진캐스트 경영 부문 대표로 합류했다.
◇“우리는 피 단 한 방울...”라는 실리콘밸리의 거짓말을 넘어서야하는 도전
실제 백승찬 대표는 이른바 ‘의돌이’, ‘공돌이’가 주를 이루는 코파운더 및 주요 임원진들과 고객사, 파트너사 사이에서 언어 및 인식의 간극을 메워 내는 역할을 탁월히 수행하고 있다. 그와의 미팅을 통해 진캐스트의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도 수월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평을 지금도 종종 전해듣는다. 우리 역시 같은 경험을 했다. 특히 첫 미팅 이후 바로 투자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 백 대표가 설명한 채혈 실험 결과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암 체외 진단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으로, 그 중 1 ~ 2%는 충분히 차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됐다. 이후 약 4개월 간의 그야말로 밤낮으로 치열하게 달려야 했던 스파크랩 배치 프로그램 기간 동안 백 대표는 여느 젊은 창업자들 못지 않은 열정과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매주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인상적인 지표를 만들어냈다. 데모데이 이후 해당 배치 참가 기업 중 진캐스트는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후속 투자 문의를 받았다.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이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52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 역시 가장 빨리 마무리 지었는데,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기술보증기금,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IBK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이후 국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기술 프로그램 참여 기업으로 잇따라 선정되고 ‘ADPS 진단키트’가 조달청 선정 혁신제품 1위를 차지하는 등의 쾌거를 이뤄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도 진캐스트는 기회로 바꿔냈다. 2020년 녹십자MS와 함께 코로나19 진단 시약을 포함한 감염성 질병 진단 기술 공동 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며, 같은 해 143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진캐스트는 이제 국내 시장을 넘어 북미 및 유럽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암 진단 업체 최초로 미국 S&P 500 대기업과 라이센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유럽 의료 업계 내 탑 티어 기업과도 컨택 중이다. 또한, 국내 체외 진단 기업 최초로 미국 FDA 승인에 도전한데 이어 프리 IPO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하는 등 본격적인 기업공개 역시 준비중이다. 과거 “우리는 단 한 방울의 혈액만으로…”라는 말로 운을 떼며 바이오 업계에 좋지 못한 기억을 남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도 있었다. 그러나 공인받은 뛰어난 기술력, 투명하고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모두 갖춘 진캐스트는 ‘배드 블러드’의 트라우마를 덮어 씌우는 ‘굿 블러드’ 기업으로서, 조기 진단을 통해 암을 관리 가능한 ‘평범한 질병’으로 만들겠다는 사명을 이뤄낼 것이라 믿는다.
Written by Jimmy Kim, Co-Founder at SparkLabs
조선일보 <쫌아는기자들> 기사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