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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이고, 육아에 지치고, 시간에 쫒기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집은 와홈이 책임지겠습니다!" 6년 전 스파크랩 6기 데모데이 무대에서 울려 퍼졌던 이웅희 대표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와홈(WAHOME)'이라는 서비스명이 새겨진 청소 앞치마를 두르고 무대에 올랐던, 앳된 얼굴의 이웅희 대표는 이제 노련한 창업가로 성장해 일본의 숙박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피봇팅(pivoting)이란 기존 사업아이템을 포기하거나 수정해 사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과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과 과감한 결단력, 그리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더 큰 기회를 잡겠다는 포부 없이는 제대로 성공해내기 어렵다. 그리고 이웅희 대표는 그 까다롭다는 피봇팅을 단순히 서비스만 바꾼 것이 아니라 시장까지 송두리째 바꾸며 성공시켰다.
와홈은 이웅희 대표가 2015년에 런칭했던 홈클리닝 서비스다. 철저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질 높은 서비스, 앱을 통해 30초 만에 가사 도우미와 매칭시켜 주는 편리함으로 당시 베타 서비스 런칭 6개월만에 서울 내 1위 업체로 성장했다. 이는 경쟁사가 7년 동안 40억원을 들여 만들었던 결과에 맞먹는다. 와홈은 그렇게 스파크랩에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마치기도 전에 글로벌 시드 펀드를 통해 투자한 첫 번째 회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단숨에 총 10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이웅희 대표는 국내에서 홈클리닝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엔 성장의 한계가 있음을 빠르게 깨닫고 더 큰 시장인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뱅커 출신으로서 지표 경영에 익숙하지 않았더라면 쉽게 내릴 수 없었을 결정이었다. 스파크랩 역시 피봇팅에 대한 그의 결심이 옳다는 것에 동의하고 힘을 실어줬다. 그리하여 이웅희 대표는 일본에서 에어비앤비 등의 공유숙박에 청소 도우미를 연결해주는 ‘하우스케어’를 인수하며 2017년 1월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하우스키핑에서 시작했지만, 객실 관리, 수익 관리, 예약 관리 등 숙박 시설 운영의 밸류 체인 전체를 혁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던 이웅희 대표는 온라인 숙박예약, 매출 관리 시스템 제공업체인 ‘호스포얼라이언스’까지 잇따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H2O호스피탈리티(이하 H2O)의 시작을 알렸다.
H2O는디지털 기술로 숙박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이 대표가 와홈을 통해 쌓은 경험은 H2O의 고속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숙박매출만 한국의 10배인 약 90조원에 달하는 일본의 거대한 숙박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H2O는 일본 내 숙박시설의 8천여 객실을 관리하고 있다. 거기에 한국, 태국,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위탁 운영 중인 객실은 1만5천여개, 판매 대행을 맡은 객실은 4만여개에 달한다.
와홈을 통해 국내 홈클리닝 시장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져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H2O 역시 낙후된 숙박시설 운영방식에 디지털혁신을 일으키며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온, 오프라인 판매채널관리시스템(OMS), 예약관리시스템(PMS), 객실관리시스템(RMS), 현장관리시스템(FMS)을 통합한 운영시스템을 개발해낸 것이다. 또한, H2O의 예약 자동화 시스템(CRS)과 객실관리시스템(RMS) 양 시스템을 통해 세일즈 프로모션을 용이하게 하고, 숙박 시설 자체 다이렉트 부킹을 3배 이상 증가시켜 매출 상승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숙박업체들은 운영 효율을 최대 50% 이상, 매출도 최대 20%까지 끌어올리게 됐다. H2O는 그렇게 기존 업계의 낡은 방식을 깨부수며 효율과 매출을 끌어올려주는 디지털 전환의 생생한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 스타트업 - 투지(grit) = 0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
투자자들이 참 많이 하는 이 모호한 말의 진짜 의미는 뭘까? 우리가 ‘Take my money!’를 외치게 만들었던 창업자들에게는 아래와 같은 공통점이 있다.
- 풀고자하는 문제가 명확함
- 해당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음
- 그 문제를 풀고자하는 이유가 명확함 (그러므로 당연히 열정이 있음)
- 스스로 액티브하게 발로 뛰며 고객들과 직접 소통함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그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이끌어 내는 건 창업자가 가진 사명감과, 이에 추진력을 실어주는 ‘투지’다.
억대 연봉, 전 세계 누구나 알 법한 탄탄한 직장, 한국에서의 편안한 삶-이웅희 대표가 창업을 하며 포기했던 것들이다. 피봇팅을 통해 H2O를 창업하며 일본으로 건너갔을 땐 한국에서 이미 만들어 둔 탄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마저 모두 내려놓고 새 출발을 감행했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출신으로 모건 스탠리 홍콩지사에서 5년 간 근무했던 그가 직접 고무장갑을 끼고 작은 트럭에 청소도구를 싣고 다니며 전혀 새로운 청소 분야에 도전했을 때, 변화구처럼 쏟아지는 위기상황을 헤쳐나가며 과감한 결정을 내려 다음 스텝을 준비했을 때, 그리고 임신한 아내와 일본으로의 이민까지 감행하며 피봇팅을 시도했을 때 보였던 투지는 최적의 사업 파트너, 같은 비전을 꿈꾸는 임직원, 결이 맞는 투자자를 찾아 H2O를 성장시키는데 큰 발판이 되었다.
일본의 스타트업 행사에서 만난 하우스 케어의 창업자를 설득해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첫 번째 사례를 만들어 낸 이 대표는 이어서 호스포를 인수했고, 해외시장 진출 성공의 가장 기본 원칙인 ‘현지 인재를 활용한 팀 구성’에 따라 기존 인력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파견인력 관리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일본 최대 파견기업 ‘바쿠스 그룹’에서 20년 간 근무했던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으로서 보수적인 일본의 숙박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도 전력을 다했다. 라쿠텐의 숙박 시설 운용 대행 자회사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의 직영 민박을 운영하는 독점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먼저 라쿠텐 라이풀 스테이가 파트너 협약을 맺을 수 있는 한국 OTA(Online Travel Agency)를 찾아주어야 했다. 이를 위해 H2O가 보유한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했고, 그 결과 라쿠텐은 2018년 3월 야놀자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형성된 신뢰관계는 다시 라쿠텐과 H2O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 일본에서 동남아로, 그리고 전 세계로
숙박시설 관리 솔루션이라니, 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여행시장이 얼어붙었으니 위기가 아니었을까 싶겠지만 잠시 주춤했을 뿐, 팬데믹은 오히려 H2O에는 기회가 됐다. 숙박업계가 오랜 기간 미뤄왔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게 만든 계기였기 때문이다.
H2O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예약정보 입력과 객실 배정 등이 자동으로 처리된다. 투숙객은 링크 하나로 체크인, 체크아웃, 필요한 비품요청 등대부분의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 편의성과 매출 증대가 수많은 고객들을 통해 입증되어 위탁 운영 건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매출은 벌써 팬데믹 이전인 2020년 4월 대비 12배를넘어섰다. 이것이 스파크랩이 가장 집중해서 투자하는 B2B 분야 스타트업이 가진 저력이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지난 2020년 태국, 2021년 베트남까지 진출한 H2O는이제 UAE 시장을,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전세계 4, 5성급 호텔의 99퍼센트가 활용하고있는 호텔 관리시스템 1위기업인 오라클 호스피탈리티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호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시스템 정식 연동을 승인받았다. 이렇게 깨지고 또 깨져도 계속해서 극복하며 높게 비상하는 스타트업에게 우리 같은 투자자가 해줄 수있는 게 뭐가 있을까? 이미 이렇게 위기 극복에는 도가 튼 창업가들에게는 또 다시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그들이 처음 겪는 문제가 아님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미 겪었던 일이며 그만큼 해결방안이 있는 문제임을 상기시켜 주고 그들이 돌파구를 찾았을 때 옳은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믿고 지지해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창업자들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오게 되는 투자자, 그게 바로 스파크랩의 역할이다.
더 넓은 시장에 도전하는 H2O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크고 작은 굴곡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고비, 또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우리는 전 세계 호텔들이 H2O의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는 그 날에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질 것이다.
Written by Jimmy Kim, Co-Founder at SparkLabs
조선일보 <쫌아는기자들> 기사로 보기